지정학적 리스크 시대
코로나19 이후 연준의 제로금리와 유동성 공급이 맞물리며 시장이 V자 반등을 그리던 시기, 나는 미국주식에 올인했다. 초기 포트폴리오는 성장주와 배당주 중심이었다. 높은 PER(주가수익비율)을 감내하고서라도 미래 성장 가치에 집중하는 전략이었고 당시의 금리 환경과 시장 컨센서스가 이를 지지했다. 그러나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었다. 그 순간 포트폴리오는 선명하게 갈라졌다. 금리 민감도가 높고 현금흐름 창출 시점이 먼 성장주는 급격히 하락한 반면, 에너지주와 필수소비재주는 오히려 상승했다. 어느 책에서 읽었던 '섹터 로테이션(Sector Rotation)'과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의 개념이 실제 손익으로 체감된 순간이었다.
왜 에너지 섹터인가
당시 필수소비재 종목을 일부 보유하고 있던 덕에 낙폭을 부분적으로 방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에너지 섹터는 공백이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하고, 엑슨모빌·셰브론 등 오일 메이저들이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하는 것을 지켜보며 에너지 종목에 대해 생각했다. 에너지주는 단순히 유가 방향성에 베팅하는 도구가 아니다. 통합형 메이저 기업은 탐사·생산에서 정제·판매까지 밸류체인 전반을 보유하여 유가 하락 시에도 정제 마진으로 수익을 보완한다. 더불어 수십 년에 걸친 배당 이력은 포트폴리오 내에서 인컴 역할을 수행하며,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안전자산에 준하는 방어적 특성을 드러낸다. 이러한 판단을 굳히던 차에, 워런 버핏이 셰브론과 옥시덴탈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고 의미 있는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에너지 섹터를 이미 유심히 보고 있던 터라 그의 선택은 확신을 더해주었고, 나 역시 셰브론과 옥시덴탈을 매수했다. 여기에 오일 전문가의 에너지 섹터 분석과 정제 마진 영상도 결정에 힘을 보탰다. 엑슨모빌은 업계 최정상급 규모와 안정성을, 페트로브라스 우선주는 주주환원에 진심인 기업 문화를 보고 추가로 매입했다.

각 종목 매입 이유와 보유 근거
1. 셰브론(CVX) : 방어의 기둥
셰브론은 37년 연속 배당 성장을 기록한 배당 귀족이다. 통합형 메이저 구조상 다운스트림(정제·화학) 비중이 높아, 유가가 하락하더라도 정제 마진이 일정 부분 완충 역할을 한다. 단순히 유가가 오르면 오르는 종목이 아니라, 유가가 내려도 버티는 종목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현재 수익률 +39.67%, 평가이익 1,019만 원. 배당 재투자 효과를 반영하면 실질 총 수익률(Total Return)은 표기 수치를 웃돈다. 포트폴리오 내에서 인컴 기둥이자 방어 축으로 계속 보유할 생각이다.
2. 페트로브라스 우선주(PBR.A) : 리스크와 리턴의 비례
가장 논쟁적이면서 가장 성과가 좋은 종목이다. 1,058주 보유 기준 수익률 +60.24%, 평가이익 10,680만 원. 브라질 국영기업 특성상 정권 교체에 따른 배당 정책 변경 리스크가 상시 존재한다. 룰라(Lula) 행정부 출범 초기 배당 정책 혼선이 발생했을 때, 주가가 크게 흔들리며 손절을 고민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포지션을 유지한 이유는 하나였다. 이 기업은 주주환원에 진심이다. 글로벌 에너지 메이저 대비 모든 지표에서 현저히 저평가된 상태였고, 브라질 심해 프리솔트(Pre-salt) 유전은 생산 원가가 낮아 유가 하락기에도 마진을 방어할 수 있는 구조다. 결국 버텼고, 네 종목 중 최고 수익률로 돌아왔다. 리스크와 리턴은 역시 비례한다.

3. 엑슨모빌(XOM) : 안정과 성장의 교차점
세계 최대 민간 석유기업. 40년 이상 배당 성장을 유지해 온 대표적 배당 종목이다. 현재 16주로 소량 보유 중이라 절대 금액은 적지만, 수익률 +15.57%로 착실히 우상향 하고 있다. 2024년 Pioneer Natural Resources 인수로 퍼미안(Permian) 분지 생산량이 급증하며 중장기 FCF(잉여현금흐름) 확대 구간에 진입했다. 엑슨모빌이 단순한 방어 자산을 넘어 성장 스토리를 새로 쓰고 있다는 점에서, 비중 확대를 검토 중인 종목이다.
4.옥시덴탈 (OXY) : 버핏이 선택한 이유

가장 적은 10주를 보유하고 있지만, 장기 관점에서 가장 흥미로운 종목이다. 수익률 +23.01%.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지분 28% 이상을 보유하며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이를 단순한 뉴스로 읽지 않는다. 버핏의 투자 판단 기준—저평가된 자산,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 검증된 경영진—이 OXY에 복합적으로 반영되어 있다는 의미다. 퍼미안 분지에서 손익분기점(BEP)이 배럴당 약 40달러 수준으로, 유가 하락기에도 수익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 여기에 DAC(직접 공기 포집, Direct Air Capture) 기술에 대한 선도적 투자는 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장기 국면에서 에너지 기업의 전환 역량을 확보하는 포석이다. 단기 배당보다 자본 재배치와 성장에 가중치를 두는 종목으로, 네 종목 중 가장 오래 들고 갈 생각이다.

지정학적 프리미엄은 구조적이다
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작동한 핵심 전제는 지정학적 프리미엄이 단기 이슈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속되는 중동의 긴장, 대만 해협을 둘러싼 미-중 갈등, 유럽의 에너지 안보 재편 등 이러한 변수들은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되는 구조적 흐름이다. 에너지 수급의 지정학적 의존성이 높을수록 에너지 자산의 희소 프리미엄은 유지된다. 동시에 에너지 전환(Energy Transition)을 무시하는 것도 리스크다. OXY의 탄소 포집, 엑슨모빌의 저탄소 솔루션, 셰브론의 수소 투자 등 기존 오일 메이저들이 이 전환 과정에서 강점을 보유하는 이유는 수십 년간 축적한 인프라, 기술 인력, 자본 조달 능력이다. 전환 역량을 갖춘 기업을 선별하는 것이 향후 10년 에너지 투자의 핵심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란전쟁은 주식투자 이후 2번째 전쟁이다. 나는 전쟁 없는 세상을 바란다. 진심으로. 그러나 투자자로서 현실을 직시하는 것과 더 나은 세상을 희망하는 것은 모순이 아니다. 역사는 반복되고, 에너지는 모든 경제 활동의 기반이며, 지정학적 갈등은 인간의 이기심이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구조 위에서 합리적으로 자산을 배치하는 것이 장기 투자자의 책임이다. 네 종목 모두 플러스인 지금, 오일주식은 앞으로도 조용히, 꾸준히 모아갈 생각이다.
끝.
본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모든 투자 결정은 개인의 재무 상황과 리스크 허용 범위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과거 수익률은 미래 성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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